PAINTINGS
CRITIQUES
2회 개인전
'소를 닮은 나'
2000.12.19-12.30 수원 갤러리 그림시
'소'를 닮은 '나'
- <선>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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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우연히 모 대학졸업 작품 팜플렛을 보다 이윤기의 작품을 발견하게 되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그의 작품은 수 영장에서 두 명의 수영선수가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역영(力泳)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수영하는 선수의 힘찬 몸 동작과 갈라지는 물살의 표현이 가는 선의 반복으로 묘사되었고, 레인(Lane) 줄을 구분하는 경계선의 표시는 스치로폼을 부조로 부쳐 표현된 작품이다. 신선한 느낌으로 받아 들여졌다.
그후 이윤기와의 좋은 관계는 계속 이어졌고 갤러리 그림시에서 주최하는 「젊은 작가전」에서 우수 작가로 선정되어 개인전을 가졌을 때 그의 작품 세계를 더욱 심도있게 볼 수 있었다. 그 당시의 작품은 스포츠라는 소재를 가지고 전시되었다. 물론 대부분의 그림에서의 형태 및 배경도 가는 선의 연속으로 이루어졌다.
선은 점, 면, 색 등과 함께 표현의 기본요소이다. 선이 갖는 기본적인 개념은 방향제시, 속도감, 형태의 윤곽 등으로 정의 할 수 있지만, 이윤기에게 있어서 선이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듯 하다. 가늘게 이어지는 선의 반복에서 생명의 끈질김을 느낄 수 있었다.
끊어진 가는선 그러나 반복되는 선들은 인간의 삶속에서 느낄 수 있는 다변함과 생명력을 상징하고 있다. 즉 그 선은 관계를 설정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시간과 공간 등 다양한 유기적(有機的) 관계를 맺고 있다. 선은 가늘지만 모여진 그 선의 집합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첫 개인전에서 스포츠라는 특정 소재에서 삶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 피나는 훈련을 통해 승부를 겨루고 진정한 승리과 패배의 명확한 판단을 받아들이고 다시 도전하는 강한 근성, 그리고 움직임을 통해 느껴지는 역동적이었다면 이번 개인전에서의 이윤기는 또 다른 소재를 통해 선의 의미를 되새기는 듯하다.
이번에 전시될 이윤기 작품에서는 '소' <나를 닮은 소>라는 주제를 갖고 말하고 있다. 황소라는 모습에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고 있는 듯하다. 소의 크고 맑은 눈망울에서 우리는 정감(情感)을 느끼게되고 그 자체의 온화함을 깨우치게 된다. 들녘에서 주인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그 자태, 그러나 정적인 소의 이미지에서 육중한 몸과 커다란 에너지를 느낄수 있다. 거친 소의 울음소리, 발달한 근육, 날카로운 뿔, 기운찬 소의 콧소리 등이 그것이다. 이건 감추어진 소의 힘이 그가 원하고 닮고 싶어하는 것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그린 자화상에서 이런 감정이 잘 나타나고 있다. 그의 모습 뒷 배경은 소의 머리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소의 날카로운 뿔과 귀는 그를 감싸고 있으며 올려보는 있는 그의 턱은 더욱 강인하게 느껴지며 응시하는 눈은 삶의 목표를 향하는듯하다. 더욱이 옷깃의 명암대비는 긴장감을 주고 있다. 그가 소를 주제로 선정한 이유를 이 그림이 대변해 주고 있다. 또 다른 소의 그림은 여러종류의 나무를 부조(浮彫)식으로 조각내어 소의 모습을 형상화 하였다. 나무의 고유색 그 위에 칼질로 선을 나타내면서 또한 채색으로 소 한 마리의 모습을 근엄하게 나타내고 있다. 땅을 디디고 서 있는 소의 모습 중에서 툭 튀어나온 눈망울, 강인한 뿔 그리고 전반적인 소(나무)의 흐름에서 신성함과 강인함을 느끼게 된다.
다섯 마리의 소가 그려진 그림에서는 원 속에 소를 가두어 둔 채 그 위에서 시계를 부각시킴으로써 원 속에서 구속하는 이미지와 시계 판의 역할을 함께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원이 지닌 우주라는 공간적 의미와 시계라는 시간의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시공(時空) 속에 소를 등장시킨 것이다. 더욱이 소의 위치를 각기 달리함으로써 어떤 특정 시간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손잡이가 붙은 나무판을 오브제로 사용한 다른 소 그림에서 우리는 시간이란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다. 누군가에 의해 수없이 만져졌을 손잡이는 시간과 공간의 무한성을 의미하며 소의 머리 중앙부분에 부탁시킴과 동시에 힘찬 뿔로 변신하여 항상 그대로 그 자리를 지켜왔을 소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소의 네다리는 이 대지(大地)를 지탱하는 튼튼한 힘으로 그리고 전반적으로 정지된 소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피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격렬한 소의 모습은 아니지만 소마다의 엄청난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결과는 선의 움직임에서 표출(表出)됨은 물론이요 그림에 부착된 오브제 그리고 소의 위치에 따른 움직임이다. 더욱이 절제된 색체의 사용은 이런 힘의 세계로 이끌어 주고 있다. 우리는 그의 그림을 통해 계속 자신에서 반문(反問)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그 자신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려는지 파악할 수 있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그러했고 그 이전의 어머니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우리도 항상 같은 삶은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삶의 부정이 아닌 과정과 목표의 설정이 또 다른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을 이윤기 그림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의 훌륭한 화가로서의 삶을 그는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선이란 가장 기본적인 표현요소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고 싶은 것이다.
이석기 /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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